회원학교행사 [교사 이야기] 샘물학교의 국어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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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대연 댓글 0건 조회 2,743회 작성일 25-05-13 10:12본문
이 글은 대안교육뉴스(2025.01.2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샘물학교의 국어 수업은 독특합니다. 통권 수업을 하기 때문이에요.
통권 수업이란 문학 작품의 일부를 발췌하여 그 안에서 국어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닌, 작가가 쓴 그대로의 책을 교과서로 사용하여 책 속에서 문법·문학적 요소를 통합하여 배우는 수업입니다. 긴 글을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요즘의 동영상 세대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샘물학교에서 두꺼운 문학 작품을 읽고 활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하고 있으니, 이것만으로 아이들에게 큰 능력이 될 것입니다.
샘물학교 4학년이 되면, 꽤 두꺼운 책을 읽고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그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활동들을 소개합니다.
1. 사전에서 낱말 찾아 게임하기
책을 읽고 처음 접하는 단어와 익숙하지만 뜻을 정확하게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낱말 카드를 만들며 뜻을 익힙니다. 이후, 모두의 카드를 모아 메모리 게임을 진행합니다. 이때, 위치를 맞추어도 뜻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카드를 가져갈 수 없습니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 활동은 모르는 단어가 많아 책에 흥미를 갖기 어려울 때 즐겁게 낱말의 뜻을 익혀 책과 가까워지는 시간입니다.
2. 인물의 특성 파악하여 실감 나게 책 읽기
반 친구들과 소리 내어 같이 읽으면 혼자 읽을 때보다 더 오랜 시간 책을 읽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시간은 아이들이 가장 즐겁게 책을 읽는 시간입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각자 배역을 맡아 책을 읽습니다. 앞서 책을 읽으며 파악한 인물의 특성을 살려 실감 나게 읽습니다.
자신의 대사가 나오기까지 경청하며 친구의 대사를 듣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그 인물이 된 것처럼 연기하며 읽습니다. 내가 말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을 텐데도 수업이 끝난 후에 아이들은 다음 시간에도 또 같이 읽자고 요청합니다. 아이들이 목소리를 통해 책 속의 문자가 귀에 들리는 소리로 변환되는 그 시간, 아이들은 책 속으로 몰입하는 시간이 됩니다.
3. 상황 재구성하여 역할극 하기
책을 읽다 보면, “나라면 어떻게 하였을까?”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각자 인물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고 나의 생각과 친구들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특별히, 올해에는 샘물학교에서 해오고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접목하여 『아주 특별한 우리 형』에서 등장 인물 간의 갈등 상황을 회복적 대화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주인공이 엄마•아빠와 겪는 갈등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과 욕구(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를 알아가고 싸우지 않고서 이야기하는 법을 배워 적용하여 상황을 재구성하였고 역할극으로 연습하였습니다. 항상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었는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봄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어색해하였으나 여러 번의 역할극 연습을 한 이후 실제 학급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상황 속에서 대화 방법을 적용하여 해결해 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배움을 실제 삶으로 가져올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4.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기
아이들도 교사도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수업은, 바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시간입니다. 『빨간 머리 앤』은 책이 두껍고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호흡이 긴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우리만 읽을 수는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책을 소개하는 소개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빨간 머리 앤의 줄거리, 작가 소개, 등장인물 소개, 내가 뽑은 명장면, 내 마음을 울렸던 글귀, 내가 주는 평점과 리뷰, 추천사, 등장인물에게 쓰는 편지, 내가 만든 퀴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소개하였습니다. 이렇게 만든 책자를 옆 반 친구들과 바꾸어 감상하며 친구의 책자를 진지하게 읽고 잘 만든 부분을 쪽지에 적어 친구를 격려하고 칭찬하였습니다.

『샬롯의 거미줄』을 배우고 나서는 연극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등장인물을 정하고, 필요한 소품을 직접 준비하고, 조명과 무대 소품, 이동 동선을 생각하며 역할을 맡아 전교생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짧았던 연극이었지만, 한 명도 빠짐없이 열심히 준비하고 진지하게 임한 4학년 친구들은 즐거움과 뿌듯함, 그리고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 갇힌 이야기가 아닌, 내 몸으로 표현하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문학작품을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도서 4장 12절이번 수업을 통해 교사인 제가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아이들이 어려운 과제를 마주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막막해 보이는 일에서도, 먼저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그려나가며 서로 격려하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멋진 어린이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배움을 표현하는 즐거움과 책이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경험을 한 친구들이 앞으로 배우고 펼쳐낼 이야기들이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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